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

제목[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혀/장옥관2019-07-26 20: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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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7 04:09 | HIT : 5,289 | VOTE : 575



[시로 여는 세상]

 

 

 

 

장옥관

 

혀와 혀가 얽힌다
혀와 혀를 비집고 말들이 수줍게
삐져나온다
접시 위 한 점 두 점 혀가 사라질수록
말이 점점 뜨거워진다
말들이 휘발되어 공중에 돌아다닌다
장대비가 되어 쏟아진다
그렇게 많은 말들이 갇혀 있을 줄 몰랐던
혀가 놀라며 혀를 씹으며
솟구치는 말들을 애써 틀어막으며
그래도 기어코 나오려는
말을 비틀어 쏟아 낸다
혀가 가둬 놓았던 말들이 저수지에 갇혀 있던
말들이 치밀어 올라
방류된다 평생 되새김질만 하던 혀는
갇혀 있던 말들을 초원에
풀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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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말들의 진원지인 혀, 말들을 배출하기 위해서 혀는 ‘혀와 혀가 얽힌다 / 혀와 혀를 비집고 말들이 수줍게 / 삐져나온다’고 시인은 말한다. 이 시는 말이 되어 나오는 과정을, 미세한 단층촬영보다도 더 섬세하고 명징한 그 비경을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환히 열어 보이고 있다. 말을 초원에 방류하기 위하여 저 눈물겨운 혀가 아니었다면 어디 무슨 말이든 채 가당키나 하였겠는가.

장옥관 시인은 경북 선산 출생. 계명대 국문학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7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황금 연못><바퀴소리를 듣는다>< 하늘 우물><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이 있으며, 일연문학상, 김달진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2010.3.1일자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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