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

제목[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나는 꽃을 아네/이대흠2019-07-20 00:07:41
작성자

2009·05·10 02:51 | HIT : 4,570 | VOTE : 357



[시로 여는 세상]

 

나는 꽃을 아네 

 

이대흠 

 

 

 
 
나는 꽃을 아네
내가 꺾고 버리지 못한 꽃
꽃은 귀퉁이부터 말라갔네
나는 꽃을 아네
참 많은 꽃을 꺾었네 참
많은 꽃에 꺾였네
한 송이 꺾을 땐 죄스러웠지
또 한 송이 꺾을 땐 운명을 생각 했다네
세 송이 네 송이 될 때엔
꽃을 보지 못했네
나는 꽃을 아네
한 아름의 꽃을 꺾어도 다하지 못할 때
나는 꽃을 꺾지 않았지
나는 꽃을 아네
꺾어야만 순결함이 유지되는 그 비운을
꺾지 않으면 슬퍼지는 그 운명을
나는 꽃을 아네
씨앗으로 담기에는 너무 먼 기쁨
꺾기에는 너무 뜨거운 슬픔
나는 꽃을 아네
나는 꺾네
다 꺾어도 꺾이지 않은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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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 지상의 꽃들을 그동안 얼마나 많이 꺾었던가. 우리 자신이 꽃인 줄도 모르고 사심 없이 혹은 목적을 가지고 꺾어버린 무수한 꽃들. 꺾고 꺾이기도 하면서 그토록 살아내었는가. '꺾기에는 너무 뜨거운 슬픔'인 이 화엄 꽃밭 속에서 한데 이마를 맞대고 어우러져서는.

 이대흠 시인은 전남 장흥 출생. 서울예대, 조선대 문창과 졸업. 1994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물 속의 불 ><상처가 나를 살린다><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장편소설<청앵>, 산문집<이름만 이삐먼 머한다요><그리운 사람은 기차를 타고 온다>등. 현대시동인상, 애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뉴욕일보』2009년 5월 4일(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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