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

제목[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나비의 이륙/허만하.2019-07-26 21: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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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23:05 | HIT : 5,111 | VOTE : 686



 

[시로 여는 세상]

 

 

나비의 이륙

 

 

허만하 

 

땅에 떨어진 흰나비 한 마리 개미에게 끌려가고 있다.

바람의 저항을 활짝 펼친 돛으로 맞서며 봄 바다 연두색 수면
을 우아하게 미끄러지고 있는 흰 범선 한 척. 돌아갈 항구가 보이지 않는다면 싸락눈처럼 햇살이 튀고 있는 주홍색 지면은 한 마리 청어처럼 싱싱한 나비의 바다다.

요절한 나비의 영혼은 불타는 흰 눈송이의 날개를 펼치고 물보라를 헤치는 뱃머리 방향으로 푸른 무한을 날아오르고 있다. 자욱이 흩날리는 벚꽃 꽃잎보다 가벼운 날개 흔들며 날아오르고 있다. 나비는 숨진 지점에서 벌써 하늘을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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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속에서 두 날개를 나부끼던 나비 한 마리가 작별을 고했다. 생이 있으니 죽음도 있는 것, 죽음도 삶의 연장선 일뿐 생사가 무화된 자리에서 나비는 다시 저편으로 비상하고 있다. 또한 꿈과 현실의 구별이 없는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의 세계와도 다름 아니랴. 나비 한 마리가 요절의 삶을 끝낸 후, 드디어 ‘벚꽃 꽃잎보다 가벼운 날개를 흔들며’ 드디어 무한을 향해 이륙하는 생의 피날레가 저리도 장관이다.

허만하 시인은 대구 출생.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의학박사, 부산 고신대 의대 교수 정년퇴임. 1957년『문학예술』지에 詩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해조海藻>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바다의 성분> 산문집으로<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청마풍경靑馬風景><길과 풍경과 시><길 위에서 쓴 편지>가 있으며, 박용래문학상, 한국시협상,이산문학상,청마문학상,목월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뉴욕일보]2010년 5월 31일자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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