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

제목[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거룩한 낭비/고진하.2019-07-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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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1 02:41 | HIT : 6,412 | VOTE : 439


[시로 여는 세상]

 

 

거룩한 낭비

 

 

고진하

 

 

이 휘황한 물질적 낙원에서
하느님
당신은 도무지
소용없고
소용없고
소용없는
분이시니

내 어찌
흔해빠진
공기를 낭비하듯
꽃향기를 낭비하듯
당신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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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적 맹신주의와 정신적 공황이 가득한 이 시대, 오직 풍족한 물질적 낙원에 침잠하여 참된 자아의 가치를 망각한 이 불온한 시대에, 진정한 정체성은 찾아볼 수 없음을 이 시는 개탄한다. 그러니 공기인 듯, 꽃향기인 듯 진실된 삶을 살아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시인은 역설하고 있다. 이 시에서 거룩한 낭비’란 어떠한 것에도 휘둘리지 않는 올곧은 삶의 진정한 회복’을 의미한다. 그렇다. 이 세상의 험난한 파고는 물론, 세속적 물신주의가 팽배하여 자아의 존재가치가 비록 교란 당할지라도 제대로 ‘거룩한 낭비’를 해야 할 터.


  고진하 시인은 강원 영월 출생. 감리교신학대 및 대학원졸업. 1987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프란체스코의 새들><우주배꼽><얼음수도원><수탉> 등이 있으며, 산문집<나무신부님과 누에 성자>가 있다.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신지혜<시인>

 

[뉴욕일보]2010.2.22일자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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