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30 08:55 | HIT : 4,477 | VOTE : 447
[시로 여는 세상]
가구공방에서 톱질 채풍묵 바르게 톱질하는 법을 익히려면 톱에 마음을 맡기고 그가 인도하는 길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톱을 믿고 톱의 등을 주시한 채 톱이 받아들이는 중력을 따라가면 수직으로 내려가는 곧은 길이 있다 그 때 톱날이 지나가는 수평의 긴장은 톱의 머리끝부터 명치 안쪽 깊은 곳까지 골고루 평행한 일직선을 그려야 한다 제 품으로 당길 때만 힘을 주려하지 말고 밀고 당김을 가능한 부드럽게 반복할 것 나무의 잘린 면이 반듯하게 나오려거든 호흡은 길고 고요하게 유지해야 한다 힘주는 팔보다 힘빼는 팔을 느끼고 나서야 나무의 속살을 곧게 여는 톱질이 남긴 직선의 상처가 공방 작업대에 무수하다
------------------- 톱으로 나무를 잘라본 이는 알 것이다. 톱을 처음 잡을 때면 나무가 잘릴 때까지 끝까지 주위를 기울여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즉 '호흡은 길고 고요하게 유지해야 한다' '힘주는 팔보다 힘빼는 팔을 느끼고 나서야' 반듯하게 잘린다는 것을 이 시가 성찰한다. 모든 인생살이 또한 그렇지 않은가.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지혜로움과 일초 일초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이루어지는 정성의 결과물들인 것임을. 채풍묵 시인은 전북 고창 출생.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3년『월간문학』으로 시조 등단 1999년『문학사상』으로 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멧돼지>가 있다. 현재 대원고등학교 교사. <신지혜. 시인> 『뉴욕일보』2009년 5월 26일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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