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8 04:23 | HIT : 4,378 | VOTE : 396
[시로 여는 세상] 갈대의 뿌리 최동호
찬 구들장에 등대고 잠들어 본 사람들은 안다 세상을 뒤엎는 풍설도 천정을 울리고 스쳐가는 바람 같다는 것을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연약한 갈대의 뿌리 끝에 닿는 흙처럼
막다른 길에서 추운 마음을 꺼먼 구들장에 등대고 잠들지 못해 밤늦게 뜨거운 눈물 흘려 본 사람은 안다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연약한 갈대의 뿌리 끝에 닿는 흙처럼
찬 구들장에 등대고 잠들어 본 사람들은 안다 세상을 뒤엎는 풍설도 천정을 울리고 스쳐가는 바람 같다는 것을 겨울밤 도시의 불빛 다 꺼져 아무리 절망이 깊어도
생명의 노래는 뿌리 끝에 닿아 있는 흙에서 살아나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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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훈기를 마음에 담아보라. 이 대지의 힘은 우리가 처절한 절망에 몸부림 칠 지라도 결단코 외면하지 않는다. 생의 막다른 골목에 처하여 눈물겨운 나락을 디딜 지라도, 그것은 잠시 '스쳐가는 바람'과 같은 것이며, 인간이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연단일 뿐임을. 지상의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다시금 비상할 수 있도록 저 흙의 생명 에너지는 쉬지 않고 만상을 따스하게 품어주며 생명의 노래를 움트게 한다.
최동호 시인은 경기도 수원 출생.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및 동대학원 수료. 1976년 시집『황사바람』 1979년『중앙일보』신춘문예 평론 당선. 시집 <황사바람><아침 책상><딱따구리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공놀이하는 달마>가 있으며, 시론집 다수 및 평론집 <진흙 천국의 시적 주술>외. 현대불교문학상, 편운문학상 및 다수 수상.현재 고려대학교 대학원 원장. <서정시학> 주간.
신지혜 시인 /www.goodpoem.net [뉴욕일보]2009년.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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