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9·04·19 11:43 | HIT : 5,912 | VOTE : 334 |
『뉴욕일보』 [시로 여는 세상] 무릎을 잃어버리다
엄원태 한동안 무릎은 시큰거리고 아파서, 내게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아침산에 몇달 만에 아프지 않게 되자 쉽게 잊혀졌다 어머니는 모시고 사는 우리 부부에게 무관심하고 무뚝뚝하시다. 때로는 잘 삐치시고 짜증까지 내신다. 어머니 보시기에 우리가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도 삼시 세끼를 꼭 챙겨드려야 마지못한 듯 드신다. 어쩌다 외출이 길어져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그때까지 밥을 굶으시며 아주 시위를 하신다. 어머니는 우리 부부에게 아픈 무릎이다. 아우는 마흔 넘도록 홀로 대척지인 아르헨티나로 멕시코로 떠돌아다닌다. 아우에 대한 어머니의 염려와 사랑은 참 각별하시다. 아우는 어머니의 아픈 무릎이다. ---------------------------- 누가 우리의 아픈 무릎이 되어 자리하는가. 여기서 아픈 무릎이란 끈끈한 애정, 집착, 연민이다. 아픈 무릎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염려로 표출된다. 부모와 자식, 연인이나 벗에 대하여,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어디가 아플까, 자나깨나 걱정하며, 마음에 걸리는 대상에 선별적으로 집중된 애정과 관심을 갖는다. 우리는 모두 이런 아픈 무릎을 지니고 있다. 혹은 누군가의 아픈 무릎이 되어 살고 있다. 그러나 아픈 무릎들 때문에 삶은 더 아름다운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오히려 삶에 있어 의지의 힘이 되며, 희망의 본 바탕이 되기도 한다.
엄원태 시인은 대구 출생. 1990년『문학과 사회』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침엽수림에서><소읍에 대한 보고><물방울 무덤>등이 있으며, 대구시협상, 김달진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뉴욕일보』 2009년 4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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