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4 05:03 | HIT : 4,265 | VOTE : 429
[시로 여는 세상]
길
안재동 길은 늘 구부러지게 마련이지 구부러지다가도 펴지고 펴졌다가도 다시 구부러지고 어느 곳에선 산길처럼 심하게 꼬불꼬불 또 어느 곳에선 고속도로처럼 아주 반듯하게 땅덩이 큰 어느 나라에선 가도 가도 구부러지지 않을 것 같이 길고 반듯하게 난 길도 있지 하지만 그런 길도 어느 지점에선 결국 구부러져 버리고 말지 처음부터 끝까지 반듯하게만 펼쳐진 길 혹은 꼬불꼬불 굽기만 한 길 얼마나 지루하고 갑갑할 것인가 굽었다 펴졌다 세상천지 길처럼 조화로운 것도 없지
--------------------------- 이 시속에 길의 미학이 담겨있다. 인생길이 곧고 평탄하기만 하다고 생각한 적 있는가. 또는 온통 험난한 질곡의 길뿐이어서 인생이 오직 나락뿐이라고 낙망에 빠진 적이 있는가. 그러나 길들은 이리저리 꼬불꼬불 돌아가기도 하고 또한 반듯하게 가기도 하는 것이라고 이 시는 우리 마음을 위무하며 다독여준다. 아무리 어두운 삶일 지라도 길의 '조화로운' 속성은 이처럼 삶을 끊임없이 변주하며 유연하게 견인해가는 것임을 이야기해주며, 이 시가 우리에게 잔잔히 파고든다.
안재동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 연세대 행정대학원 및 서울대 국제경영대학원 수료. 『시세계』및 『시인 정신』으로 등단. 시집으로 <별이 되고 싶다><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껍데기><내 안의 우주>등이 있으며, 수필집으로<당신은 나의 희망입니다>가 있다. 무원문학상 본상, 문학21평론문학상, 막심 고리끼 기념문학상 평론상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학방송주간.
신지혜<시인> 『뉴욕일보』2009년 11월 23일 월요일자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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