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세상』 유산(遺産) 김상미 새우깡에 길들여진 갈매기 뻥튀기에 환호하는 비둘기 밤마다 쓰레기통 뒤지며 눈 번득이는 고양이 개발지역 푯말 앞에서 뿔뿔이 흩어진 맹꽁이 가족 달리는 도시고속도로 바퀴에 깔려 죽은 사슴 구멍 숭숭 뚫린 산비탈에서 배고파 죽은 멧돼지 점점 더 내려앉고 도려내지는 산과 들 점점 더 기름때 묻은 소금물로 변해가는 바다 별들을 다 삼키고도 더 높이 더 빨리 올라가는 빌딩숲 그 아래 유산 당한 하얀 배를 하늘로 향한 채 둥둥 떠내려가는 나 ***********************************
이 시가 큰 경종을 울린다. 이 지구가 현재 얼마나 위태로운가. 생태계는 파괴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물질문명에 소멸되어가거나, 점점 더 변질되어간다. 이대로라면 인류의 미래는 암울하다. "하얀 배를 하늘로 향한 채 둥둥 떠내려가는 나"의 서늘한 모습이 있을 뿐이다. 자연의 사슬은 끊어져버리고 인간의 미래를 제시했던 희망들이 완전 소거된 채, 지구 최악의 미래가 도래할 것임을, 이 시가 모두에게 서늘한 일침을 놓으며 우리 인류의 자각을 촉구하며 강력 경고한다. 김상미 시인은 부산출생. [작가세계] 등단.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잡히지 않는 나비> 산문집으로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가 그립습니까> 사랑시 모음집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 당신>이 있으며,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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