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1 13:25 | HIT : 5,780 | VOTE : 766
[시로 여는 세상]
당신이 잠든 사이
김언희
당신이 잠든 사이 누군가 당신 귀를 한없이 빨다가 간다 잠든 얼굴에 즙 많은 얼굴을 부비고 간다
당신이 잠든 사이 누군가 길고 긴 혀로 당신 혀를 감았다 간다 발가락 열 개를 입에 물고 마냥 어르다 간다 당신이 잠든 사이 누군가 머리맡에 앉아서 소리 없이 웃다가 간다 오른손도 왼손도 아닌 손으로 한 마리 한 마리 살찐 거미를 먹이고 간다
----------------------- 당신이 잠든 사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꿈속이 아니다. 잠든 얼굴을 떠올려 보라. 예측을 가늠할 수 없는 그 ‘누군가’의 쉬르레알리즘적인 광경이 여기 특별하게 펼쳐진다. 그는 당신이 잠든 사이, 몰래 다녀간다. 시인은 잠든 이에게 다녀가는 유령의 그로데스크한 일거수일투족을, 천천히 영상 돌리듯 공개한다. 그리하여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상상의 즐거움과 긴장감, 그리고 독특한 신비 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김언희 시인은 경남 진주 출생. 경상대 외국어 교육과 졸업. 1989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트렁크><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뜻밖의 대답> 등이 있으며 박인환 문학상 특별상, 경남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뉴욕일보]2010년.5월.10일자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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