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세상』 형제 박현수 거울 속의 내 모습에 형이 때로는 동생이 겹쳐 보인다 가난한 화가의 덧칠한 캔버스 아래 어리는 희미한 초상처럼 어느 것이 밑그림이고 어느 것이 덧칠한 그림인지는 아무래도 좋다 아니면 둘다 덧칠이고 밑그림은 신이 가지고 있으리라는 반전도 괜찮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삶이 언젠가 한 번 살아본 듯 낯익을 때면 거울 속에 누군가 자주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
********************************
이 시가 모두에게 가슴 찡한 화두를 던진다. 이 시처럼 오늘, 그대의 얼굴을 거울에 한번 비추어보시라. 당신의 얼굴은 지구촌의 무수한 얼굴들 중의 그 하나이다. 한 나무 한 뿌리에서 태어난 집안 형제의 얼굴이 뜨겁게 겹쳐질 것이다. 혹은 인류를 제작한 신의 얼굴이, 바로 당신과 나의 얼굴이기도 할 것이다. '거울 속에/ 누군가/자주 겹쳐 보인다는 것'은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가. 억겁을 돌아온 인연의 한 형제다. '형제'라는 말에 눈시울이 저절로 뜨거워진다. 이 시가 따뜻하게 이 결빙의 겨울을 구석구석 해동시킨다. 박현수 시인은 경북 봉화 출생. 199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며, 작품집<형제산고>, 시집으로 <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위험한 독서>가 있으며,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신지혜 .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