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31 00:34 | HIT : 5,035 | VOTE : 690
[시로 여는 세상] 직감 설태수
난간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참새들이 축대 아래로 뛰어 내린다. 나뭇가지 위의 까치가 좌우를 보더니 허공으로 몸을 날린다. 머뭇거리고 좌우를 보는 짧은 그 시간에 뛰어내릴 높이와 허공의 깊이를 읽어버린 거다. 히말라야 연봉을 넘는 철새도 눈 덮인 산맥의 높이와 시린 바람을 이미 알아차렸다는 거다. 그렇다면 세상을 뜰 때 순히 눈감는 이들도 벌써 직감했단 말인가. 어렴풋한 눈물 봉우리 너머가 바로 저승이라는 것을. 남은 자에겐 눈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곳을.
---------------- 지진이나 해일이 오기 전, 동물들이나 식물들은 그 위험을 미리 알고 이동한다고 한다. 앞날에 대한 예측, 이 능력은 특별히 타고나지 않아도 모두에게 가능한 능력이나, 물질문명이 발달하여 그 능력이 가려진 것이라고도 혹자는 말한다. 직감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 미래에 대한 예측, 그것은 마음을 거울처럼 맑고 청정하게 닦는다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신의 선물일지도 모르리라. 미리 올 것을 꿰뚫어보는 예지력, 직관력으로 삶을 미리 알아 지혜로워진다면 그 삶이 얼마나 복되겠는가. 설태수 시인은 경남 의령 출생. 성균관대학교 영문과 및 동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하였으며 199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열매에 기대어><푸른 그늘 속으로><소리의 탑>이 있으며, 공간 시낭독회 상임 시인. 현재 세명대학교 영문과 교수. 신지혜<시인> [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2010녀 7월 19일자 신문- www.newyor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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