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08 13:27 | HIT : 4,696 | VOTE : 396
『시로 여는 세상』 한 호흡 문태준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제 몸을 울려 꽃을 피워내고 피어난 꽃은 한번 더 울려 꽃잎을 떨어뜨려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꽃나무에게도 뻘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 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한 호흡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 그 홍역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 ********* 한 호흡이다. 범천(梵天)의 세계에서는 시간의 단위를 억겁으로 묘사한다. 인간이 세상을 다녀감이 어찌 한 호흡이 아니겠는가.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 모든 삼라만상이 들고나는 사이, 애면글면 그대와 만났다 헤어지는 사이, 한 해가 시작되고 끝나는 사이, 순환되는 우주원리 속에서 그야말로 한 호흡 잘 들이쉬고 내쉬는 일이 우리가 바라는 삶 아니던가. 이 시가 오래된 경구처럼 뼛속에 각인된다.
문태준 시인은 경북 김천 출생,<문예중앙>(1994)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등이 있다.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등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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