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2 12:56 | HIT : 4,228 | VOTE : 443
[시로 여는 세상]
일러 이름
-수상 사양 소감
마종하 상 따위를 받는다는 건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상대적으로 제 일을 한 것인데 거짓 겸손으로 나서서 나대다니. 사양하거나 환원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진정한 이름은 아니다. 아무리 헤아려보아도 스님이나 신부가 불쑥 나서서 상이나 받는다는 건 이상한 노릇. 그렇기에 나도 다 치우고 '스님도 시인도'아닌 '스치는 인간' '스인'이 된 것이다. 최소한의 위안으로 쓸 뿐인 시. 정명주의나 무명주의는 같은 것. 식자우환의 소동파나 '외눈박이 신사'를 그린 고흐도 어쩔 수 없이 동사무소에 등재된 이름일 뿐, 섞어 먹어 한 몸이 된 한 몸의 되풀이가 온 몸인 것을. ------------ 보이는 세상에서 보이는 격려와 명예를 단연코 거부한 大 시인이 있다. 신기루같은 이 세상을 갈파해버린 도가 바로 그것 아니런가. 오늘날은 고만고만한 상들의 위용과 그 위세 또한 대단하시다. 마땅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널리 이름 석자를 떨치고자 하는 욕망에 연연한 것이 인간의 중생 그림이라면, 이 시인의 고매한 뚝심과 올곧은 주관은 이 보이는 세상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섞어 먹어 한 몸이 된/ 한 몸의 되풀이가 온 몸인 것을' 이 구절 또한 만상에 두루 걸림이 없는 사사무애계다. 과연 그 그릇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겠다. 마종하 시인은 강원도 원주 출생. 1968년『동아일보』신춘문예 및 『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노래하는 바다><파 냄새 속에서><한 바이올린 주자의 절망><활주로가 있는 밤>이 있으며 장편소설 <하늘의 발자국> 출간.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다수의 모든 문학상 거부. <신지혜. 시인> 『뉴욕일보』2009년 6월 1일(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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