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

제목[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갈대꽃이 피었다/문성해2019-07-23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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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16 12:20 | HIT : 4,281 | VOTE :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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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세상]


갈대꽃이 피었다


 

문성해


갈대꽃이 피었다
억새꽃도 피고 있다
혼자 마당을 비질하고 기대 놓은 사미승의 빗자루 같은 것들이
꽃이었다니!
나는 오늘 비로소 미안해졌다

풍매화라고 했다
나비나 꿀벌을 유인하기 위해 화려함을 다투는 충매화들과 달리
건들건들 건달 같은 바람에게만 이쁘게 보이면 된다고
바람 같은 머리
바람 같은 냄새
바람 같은 언어를 갈고 닦은 이들이

갈라터진 입술과
굴신이 자유로운 허리와
귀신을 부르는 호곡 소리로
머리와 심장의 무게도 다 없애고
발 뒤꿈치까지 살짝 든 기마 자세로 해종일 기다린다

아무도 그리 불러주진 않았어도
처음부터 꽃이었던 사람이 있다

우물에 비친 까칠한 사미승의 얼굴에
파르라니 바람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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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대와 억새의 계절이다. 갈대와 억새의 차이는 흔히 자생지나 색깔 키로 구분한다. 갈대는 강가나 습지에서 자라며 키가 2미터 이상이나 자랄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억새는 1미터 내외로 작으며, 은빛을 띠고 물억새를 제외하고는 모두 산에서 자란다. 화려하지 않아도 소박한 모습 그대로 '바람 같은 머리/바람 같은 냄새/바람 같은 언어를 갈고 닦은 이들이' 바로 아름다운 억새이며 갈대라고 이 시가 말한다. 화려한 유혹의 충매화가 아니 풍매화인 것이다. 사미승 또한 '처음부터 꽃이었던' 바로 그 갈대와 억새꽃 같은 존재라 말하고 있다. 이제 어느덧 가을의 정점이다. 저 쓸쓸함과 정적, 소슬한 바람을 털고 있는 갈대 무리의 마중은 또 어떠한가.

 문성해 시인은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8년『매일신문』, 2003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자라><아주 친근한 소용돌이>가 있다.

                                              <신지혜. 시인>

 

『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2009년 10월 13일(화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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