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병상일지2 - 송석증2019-07-18 20:31:02
작성자
2018·01·02 16:03 | HIT : 1,049 | VOTE : 250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병상일지2 - 송석증(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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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대화> 병상일지2-송석증




병상일지2


송석증



떠나가는 길에는

연령이 없다


순서를 지켜야 할 것 같은 원칙이



절대로 지켜지지 않는

무질서 속의 질서


병상에 누워 발버둥쳐야 


바라다 보이는 세상


병실 창밖으로 떠 있는 하늘


코발트 블루(cobalt blue)는


바다보다 깊은 푸른 공허


뒷산 푸른 숲 눈 시린 갈매빛


청춘의 헐떡거림처럼 그 용솟음치는 힘


웬일일까?


창살에 떠오르는 아침 태양까지도


눈물이 주르르 눈시린 감격


목메이는 감사는...


한평생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고 살던 것을


시트(sheet)덮고 쓰다듬고 있다


엇그제 보았던 것들


지금 소리없이 흘러가고 있는


유년 냇가에서 물장구치다


얼떨결에 놓쳐버린 고무신 한 짝 같이.




************


 신 지 혜
   시인
   



  이 세상에서의 삶이란 진정 무엇인가. 병상에 누워보면 알리라. 목숨의 소중함과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누구나 인간은 한번 죽음에 다다라야 하겠지만 '떠나가는 길에는 연령이 없다. 순서를 지켜야 할 원칙이 절대로 지켜지지 않는 무질서 곳의 질서'라고 시인은 성찰한다.


 즉 병상에 누워있는 시인이 화자와 세상과의 거리를 애잔하게 반추하며, 생의 소중함을 다시금 바라본다. 목숨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유일한 수단이 아닌가.


 우리는 타인의 죽음이 멀리 거기 있으며,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듯 여기며 살아간다. 영원한 시간을 누릴 듯 소유, 부, 명예를 위하여 헛되이 경주하는 세상사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가는 젖어있으며, 삶의 소중하고 감사한 순간들에 시인은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야 만다.


 '한 평생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고 살던 것들 시트 덮고 쓰다듬고 있다'며, 시인은 병상에 누워 죽음과 살의 의미, 그리고 세상과의 간극사이에서 스쳐가는 심상을 반추한다. 이 시는 우리 삶의 존재 의미에 대하여 다시금 돌이켜보게 하며 그 감동으로 뜨겁게 다가와 젖게 한다.


 송석증 시인은 서울 출생. '시대문학'(1997년)으로 등단. 시집으로 '바다 건너 온 눈물''내 콩팥이 혈액 정화를 거부했을 때'가 있다.


 


뉴욕중앙일보.입력시간: 2005.04.04.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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