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간격-안도현2019-07-18 20:49:07
작성자
2018·01·02 16:37 | HIT : 1,793 | VOTE :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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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대화> 간격-안도현.(59)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


신 지 혜
  시인


 

 이 시속엔 간격이 있다.

 그저 숲이라고 하는 나무들의 모임은 모두 저마다 간격을 지녔다. 더욱이
그 간격의 넓이가 한결같지 않고 넓거나 좁다고 한다. 그것이 어떤 것은
멀어야 하고, 또 어떤 것은 한데 붙어서는 도저히 안될 거리를 가지고 있
다고 한다. 세상의 인간관계와 어찌 다르지 않으랴.

 즉 시인은 어떤 이는 멀어 적당한 필연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어떤 이
는 도저히 한데 붙어있어서는 안될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이치를, 불에
탄 나무숲을 보면서 명쾌하게 통찰한다. 바로 우리 인간세상의 숲 속을
이야기 해준다.
 또 시인은 숲속의 나무 간격으로서, 잠언같은 메시지로 하나의 인간사적
다큐멘터리를 여지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그러니 모든 것들의 우주적 일
체의 내부적 단면도 또한 그러하며, 존재하는 각개의 분별성과 존재원리
역시 이시는 파악하게 한다. 자존으로서 적절하게 직립한 나무의 독존을
보아냄으로써, 부분과 전체를 해독하게 한다. 하나의 거대한 숲속에 사는
우리의 간격들에 흔쾌히 긍정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안도현 시인은 1961년 경북 예천 출생. '대구매일신문(1981)및, '동아일보'
(1984)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서울로 가는 전봉준''모닥불'
'그대에게 가고싶다''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외 다수의 시집이 있다.
시와시학젊은 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입력시간: 2005.7.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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