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빗방울 화석-황동규2019-07-18 18:51:39
작성자
2006·08·23 01:13 | HIT : 7,831 | VOTE : 861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


[시(詩)와의 대화]빗방울 화석-황동규



빗방울 화석


황동규





창녕 우포늪에 가서 만났지

뻘빛 번진 진회색 판에

점점점 찍혀       

있는 빗방울 화석

혹시 어느저녁 외로운 공룡이 뻘에 퍼질러 앉아

홑뿌린 눈물 자국

감춘 눈물 방울들이

채 굳지 않은 마음 만나면

흔적 남기지 않고 가기 어려우리.

길섶 쑥부쟁이 얼룩진 얼굴 몇 점

사라지지 않고 맴도는 가을 저녁 안개

몰래 내쉬는 인간의 숨도

삶의 육필(肉筆)로 남으리

채 굳지 않은 마음 만나면.

화석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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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시인



비가 내릴 때, 빗방울의 생생한 눈망울을 문득 바라본 적 있는가. 그 투명한 생의 두근거림을
읽었던 적 있는가. 그 무수한 빗방울도 화석이 된다.

시인은 우포늪의 가을 저녁안개속에서, 빗방울 화석과 마주쳤다. 그의 섬세한 관조적 조응이
빗방울과의 극적인 해후를 빚는다. 또한 그의 유연한 상상력은 자신의 삶마저 육필로 남을 것
이라 유추한다. 순식간에 떨어져 사라져버릴 뿐인 빗방울조차 채 ‘굳지 않은 마음’을 만나 화
석을 새긴다고 한다. 하물며 이 세상에 나날이숨결을 새기는 사람이야 또 어떠하겠는가.
단단히 빗장을 걸지 않은 마음하나 만나, 시공을 넘는 아름다움 흔적 하나쯤, 화석처럼 깊이
각인되지 않겠는가.

이 시는 오래 음미할 수록 신선한 울림으로 다가선다. 마치 빗방울 화석처럼, 생동감있게 두
근두근 교감하게 된다










[뉴욕중앙일보]입력시간 :2004. 06. 04 09: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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