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그림자-최승호2019-07-18 19: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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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1 13:51 | HIT : 1,147 | VOTE : 210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그림자....최승호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그림자-최승호



그림자


                              최승호



개울에서 발을 씻는데
잔고기들이 몰려와
발의 때를 먹으려고 덤벼든다
떠내려가던 때를 입에 물고
서로 경쟁하는 놈들도 있다


내가 잠시
더러운 거인 같다


물 아래 너펄거리는
희미한 그림자 본다
그 너덜너덜한 그림자 속에서도
잔고기들이 천연스럽게 헤엄친다
어서 딴 데로 가라고 발을 흔들어도
손으로 물을 끼얹어도 잔고기들은
물러났다가 다시 온다


 


**********
신 지 혜
  시인
 
이 시는, 그저 개울에서 발을 씻는 시인에게 발의 때를 먹기위해 서로 다투며 먹으려고 덤비는 잔 물고기 떼의 모습이 애잔하게 또는 그로데스크한 비애의 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자신이 씻어버린 더러운 때가 잔고기들의 궁기를 채우는 먹이가 되는 모습을 관찰과 사유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시인은 인간의 자성을, 그리고 이 시대의 한 사회속에서 타의 때일망정 필사적으로 다투는 인간상의 일면을 상징적으로 은유하는 것으로서 비춰지기도 한다.
 시인은 '내가 잠시 더러운 거인 같다'고 자신을 반추해보고 있다. 잔고기 떼에게 몹시 미안하고 아마 죄스러웠을 터이다. 아니 무척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물 아래 너펄거리는 희미한 그림자 속에 덤벼드는 잔고기떼에게 어서 딴 데로 가라고 시인은 발을 흔들어댈 수밖에 없는 모습에서시인의 인간적인 따뜻한 면모와, 세심한 자성의 사유가 여실히 드러난다.
 시인의 시선이 깊이 닿아있는 그곳쯤에 바로 우리의 그림자도 역시 너펄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 런지. 흐르는 물속에 비추어진 한 그림자의 실존적 모습을 보며, 우리 역시 자신에게 묻게 된다. 우리가 무심코 씻어낸 때를 그저 먹이로 먹어치우는 잔고기들, 그 생명들의 치열한 들끓음에게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의 그림자로서 서 있어야 할 것인가. 이 시는 우리에게 반성과 회오의 그림자적 존재임을 다시 한번 반추시킴으로서 그 존재론적 사유를 잔잔히 흔들어 일깨워주고 있다.


 최승호 시인은 1954년 춘천 출생. 197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대설주의보' '모래인간'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나'이외의 다수 시집과 오늘의작가상, 김수영문학상, 미당문학상등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2004.8.23. 입력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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