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돌아가는 길 - 문정희2019-07-18 19: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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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01 15:18 | HIT : 807 | VOTE : 152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돌아가는 길------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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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대화> 돌아가는 길-문정희


돌아가는 길



문정희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 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

신 지 혜

시인



 모든 것을 버리고 돌아가는 것, 인각사 뜨락의 중생에게 깨달음을 가르치던 석불 한 분께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신다. 모든 삼라만상이 돌아가야 할 그 무위자연의 숭엄한 품속으로.

 석불마저도 시간의 마모에 의하여 모습이 지워진 채 자연으로 돌아가고야 마는 이 허허롭고 자유로운 회귀는 모든 것을 비워내고 벗겨낸다. 무위자연의 그 곳으로 돌아가는 자에게 있어 속박되었거나 새겨졌던 인연들은 이곳에서 완전히 무화되고 만다. 새겨둘 어떤 형상이 남아있는가. 지니고 갈 무엇이 있겠는가. 본래 그는 이름없는 돌이였다.

 부처의 감옥을 버리고 돌로 돌아가는 이 자연의 이치는 회귀로서 완성되는 것일까. 석불마저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거기에 인간이 나누어 놓은 미세한 시간의 눈금이 또 무슨 소용이 있으랴. 시인은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한다. 대자연의 섭리로 돌아가는 이 석불은 모든 것이 회귀해야 하는 우주원리를 단번에 일깨워준다.

 사람도 돌아가야 할 그 곳. 불교 경전에 '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리라' 하였던가. 어떤 상에도 걸리지 말고 다만 완성이란 말도 필요 없을 오직 거기엔 본래무일물이 자리하고 있을 뿐임을. 이 시의 크나큰 범종소리는 저절로 삶의 옷깃을 경건하게 여미도록 한다.


 문정희 시인은 '월간문학'(1969년)으로 등단. 시집으로 '새떼' '남자를 위하여' '오라 거짓 사랑아'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등 다수 시집 및 시선집 'Windflower'(영시집)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나지 나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입력시간 :2005. 01. 18   16: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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