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 <시와의 대화> 수선화에게/정호승2019-07-18 19: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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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31 13:08 | HIT : 8,614 | VOTE : 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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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대화> 수선화에게-정호승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신지혜

시인



이 세상에 외롭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저 들판 위의 초목들도 숲을 이루고 모여있는 듯 하지만 제각기 혼자 흔들리고 혼자 가지를 늘어뜨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살아있는 존재들의 숙명이 아닌가.

사람도 짐승도 초목도 각자 저마다 홀로이 외롭다. 제각기 홀로 눈물을 닦지 않으면 안된다. 목숨 하나 하나가 고립적 개별성 및 근원적인 독립성을 지닌 개체적 존재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을 주고받는다. 외로움이란 곧 사랑의 본령이다. 외로움을 많이 소유한 사람일수록 더욱 더 크고 깊은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게 됨은 물론 자아와 타자의 감성적 저변을 더욱 더 원숙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시인은 쓸쓸한 인간의 내면적 슬픔이나 사랑을 정면으로 인식하고 그 우울한 상처와 슬픔의 본질을 눈물겹게 짚어주면서 따뜻한 손길로 위무하고 있다. 모두란 곧 제각기 혼자 견디며 떠나가야하는 외로움을 지닌다는 것. 그러니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시인은 아픈 가슴을 저미듯 일러준다.



정호승 시인은 1950년 대구 출생. '한국일보' 신춘문예(1972.동시) '대한일보' 신춘문예(1973.시) '조선일보' 신춘문예(1982.단편소설)로 등단. 시집으로 '슬픔이 슬픔에게' '서울의 예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및 다수 시집과 소월시문학상.정지용문학상.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입력시간 :200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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