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정일근2019-07-18 19: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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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1 13:36 | HIT : 1,135 | VOTE : 214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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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대화>둥근, 어머니의 두레 밥상



정 일 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밥상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밥상.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밥상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신 지 혜

시 인


들쭉날쭉 모가 난 이 세상의 밥상 모서리에 치열하게 얼굴을 찧고 낙망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이겠는가.

때때로 내 앞의 세상이 막다른 골목처럼 아득해질 때마다, 혹은 예기치 못한 낙뢰에 정수리를 부딪칠 때마다 불현듯 돌아가고 싶어지는 곳, 바로 고향집 둥근 두레밥상 앞이 아니겠는가.

이 시는 말한다. 착하게 두루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두레밥상. 그러나 그 어린 시절의 둥근 밥상과는 달리 세상의 밥상은 아전인수격이며 이전투구의 아수라장이다. 그 서럽고 각박한 현실을 감당해야 하는 외적 트라우마로 아마도 밤잠을 설치고 하이에나처럼 세상의 냉혹한 변방을 떠돌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이다.

때로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마저 엎어버리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이다. 그 같은 눈물겨움이 우리의 마음마저 목이 메이고 숙연해지도록 한다.

서늘하고 비정한 세속적 밥상에서 울컥 그리워지고야 마는 고향의 두레밥상! 모서리가 없는 둥근 밥상에 둘러앉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돌아가야 할, 우리의 본원적 고향임을 시인은 제시해 주고 있다.

그곳은 착한 본성의 넉넉함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일보 앞서거나 후퇴하지 않아도 되며, 쫒기거나 쫓아야 할 이유가 없는 평등이 자리한 곳이다. 여기서 따뜻한 근원적 사랑으로 회향하고자 하는 시인의 바램은 곧 우리의 바램과 다름 아니다.

이 시는 따뜻하고 진솔한 울림으로 우리에게 감성적 공감대를 형성해주며 부조리한 세상사와 인간사의 슬픈 상처들을 깊은 감동으로 고루 어루만져준다.



정일근 시인은 ‘한국일보’ 신춘문예(1985)로 등단, 시집으로 ‘바다가 보이는 교실’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외 다수의 시집과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 입력시간 :2004. 07. 07   16: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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