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 <시와의 대화> 배추 흰 나비-오탁번2019-07-18 18:58:07
작성자
2006·09·15 00:58 | HIT : 8,041 | VOTE :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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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 오피니언 > 사설
〈시와의 대화> 배추흰나비-오탁번


배추흰나비

오탁번



호수보다 더 잔잔한 기다림으로
저녁 노을 지는 그리운 하늘아래
배추흰나비처럼 날아다녔다
저녁 새 깃드는 먼 숲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나무 아래 이끼를 기르듯
그렇게 수많은 아픔으로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고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얼굴
보고싶은 눈썹 날리는 머리칼
양 한마리가 초원으로 멀리 숨듯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흐려지는 눈앞에 밟히는
눈 코 입 귀 머리칼
나무숲보다 더 그윽한 그리움으로
이슬방울조차 무서운 배추흰나비처럼
지금 나는 날아오르고 싶다





**********
신 지 혜
시인

혹여 배추흰나비처럼 그리운 이름을 찾아 날아다닌 적 있는가.
이 시는 간곡한 슬픔이 깔린 '저녁노을 지는 그리운 하늘아래''저녁새 깃드는 먼 숲'을 눈부시도록 흰, 배추 흰나비 한마리가 날아다닌다.

기다림과 그리움의 아픔 그러나 무성하고 그윽한 그리움으로 깊어져서 푸르른 날의 배추흰나비 한 마리로 날아오르는 시인은 맑은 그리움 한 장을 수채화 한 폭처럼 아프게 펄럭인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흐려지는 눈앞에 밟히는 눈 코 입 귀 머리칼'은 배추흰나비의 생을 온통 사로잡아 견인하며 그 감성을 뒤흔들어 아픈 넋을 떠돌게 했을 것이다

또한 그 그리운 얼굴은 시적 화자의 삶의 반짝임이 되었고 빗발치는 희열과 기쁨이 되었을 것이다.

'이슬방울조차 무서운 배추흰나비처럼 나는 날아오르고 싶다'고 한다. 즉 한 사람의 대지 위를 순백의 배추흰나비가 되어 비상하고자 한다.

봄날의 아릿한 슬픔으로 하여 눈부신 그리움을 팔랑거리며 아름다운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이 봄을 건너고 있다.

오탁번 시인은 1943년 충북 제천 출생.'동아일보'신춘문예(1966)에 동화,'중앙일보'신춘문예(1967)에 시, '대한일보'신춘문예(1967)에 소설로 등단. 시집으로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생각나지 않는 꿈''겨울강''1미터 사랑'등 다수 시집과 소설'처형의 땅'등 다수, 산문집등이 있으며 한국문학작가상, 동서문학상,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입력시간:2005.05.1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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