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1 15:41 | HIT : 1,016 | VOTE : 217 |
| |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 노숙..................김사인(41)
노숙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 신 지 혜 시인
객관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본 적 있는가. 길 위에 누워있는 한 사내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가 살아온 서러운 실루엣과 투명한 삶의 여정을 바라볼 수 있다.
이 시는 노숙자의 궤적과 더불어 아픈 생채기의 무늬들을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속세의 삶이란 보다 구체적인 아픔과 뼈아픈 고통을 요구하는 것. 즉 이 시는 지상위에서 노숙하는 서러운 자아를 분리된 특이한 시선으로 형상화하며 그 슬픔의 이력을 반추한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은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여기서 먹이를 찾아 따뜻한 가정을 이루었을 한 범부의 생을 직시하는 시적 화자의 눈가는 애처롭게 젖어있다.
몸으로서 살아내야 하는 이 세상 저잣거리가 모두 다 노숙이 아닐까. 세파에 시달리며 세상 사막을 걸어온 이의 노숙을 바라보며 그가 바로 나 자신 혹은 인간사의 애처로운 몸에 정신을 담고 출렁거렸을 혹자의 탄식이, 우리 비애감을 고조시키며 공감으로 이끌어간다.
목숨의 호흡을 늦출 수 없는 긴장이 지배하는 한 이 지상의 거친 바람의 채찍을 어쩌겠는가. 역 광장이나 지하도 입구 거나, 혹은 불끼 없는 구들 위에 누운 노숙자들이여. 혹은 차가운 도시의 인간과 인간사이의 행간에 몸을 눕힌 채 서러운 시간을 부유하는 사람들이여, 나 자신들이여. 어떤가 몸이여.
김사인 시인은 1955년 충북 보은 출생. '시와 경제(1982)로 등단. 시집으로 '밤에 쓰는 편지'가 있으며 2005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입력시간 2005.03.07. 17: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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