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울지 않는다
마경덕
연기가 자욱한 돼지곱창집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내들
지글지글 석쇠의 곱창처럼 달아올라
술잔을 부딪친다
앞니 빠진 김가 고기 한 점 넣고 우물거리고
고물상 최가 안주 없이 연신 술잔을 기울인다
이 술집 저 술집 떠돌다가
청계천 하류에 떠밀려온 술고래들
어느 포경선이 던진 작살에 맞았을까
쩍쩍 갈라진 등이 보인다
상처를 감추며 허풍을 떠는 제일부동산 강가
아무도 믿지 않는 얘기
허공으로 뻥뻥 쏘아 올린다
물가로 밀려난 고래들 돌아갈 수 없는
푸른 바다를 끌어 와 무릎에 앉힌다
새벽이 오면 저 외로운 고래들
하나 둘 불빛을 찾아 떠날 것이다
파도를 헤치고 무사히 섬에 닿을 수 있을 지...
바다엔 안개가 자욱하다
스크류처럼 씽씽 곱창집 환풍기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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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지 혜
시인
여기 고래들이 있다.
세류의 물결에 시달리며 표류하던 술고래들이 둘러앉은 음식점안의 훈기가 정감있고 애잔하게 풀려난다. 그러나 이 고래들은 세상을 표류하면서 등에 작살을 맞기도 한 그 상처투성이의 고래들이다.
이 시는 한편의 소설과도 같이 등장인물의 인성이 실제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인은 심도있는 통찰과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관계의 끈끈한 정과 삶의 비애를 생생하고 눈물겹게 드러내준다.
시인은 '어느 포경선이 던진 작살에 맞았을까 쩍쩍 갈라진 등이 보인다'고 한다.
이들은 자욱한 연기 속에 지글지글 타오르는 이야기들, 그리고 실질적인 삶의 술잔을 부딪히며 서로가 위무한다. 즉 밤과 음식점은 그들의 삶을 발효시키는 하나의 안식적 공간을 제공한다. 물밀진 생의 애환을 서로가 희석시켜주는 정경이 현장감으로 펄펄 살아있다.
이것은 지극히 서민적인 모습으로 우리의 심적 관심을 배가시키고 함께 가슴을 적시도록 한다.
그렇지 않은가. 이 시는 어느덧 음식점 안의 술고래들의 만담 속에 저절로 빠져들어 바다를 유영하는 아픈 고래가 된 듯, 그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독자가 자동 흡입되게끔 한다.
마경덕 시인은 1954년 전남 여수 출생. 세계일보 신춘문예(2003)에 '신발論'으로 등단했다.
<뉴욕중앙일보>
입력시간: 2005.05.23.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