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 용수 - 임창현2019-07-18 20: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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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1 15:39 | HIT : 933 | VOTE :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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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대화>용수-임창현




용 수



임창현



슬픔이 따뜻해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엎드려 있어야 했을까.



세상이 죄(罪)속이라서

사람이 쓰던 용수


상처(傷處)를 누르는 일은

눈감는 길이다


말도

침묵 쓰고 있어야 하리


말을 위하여

눌러도 세상

말 가라앉지 않을 때는

침묵 더 눌러야 하리


술독 용수처럼

온 항아리 맑아져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술은

용수를 거꾸로 쓰고 있으리라


술을 위하여


 


*용수-싸리나 대오리로 둥글고 깊게 통갈이 만들어 술이나 장을 거르는데 쓰거나 죄수의 얼굴에 씌우는 통 같은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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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지 혜



 시인



  슬픔은 슬픔으로 카타르시스 되는 것, 그리하여 정신적 승화작용이 발효되는 것이라 이시는 말한다.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기 위하여 바이러스 세균을 투여하듯 인생의 고뇌나 절망도 더 깊이 엎드려있어야 하는 것임을 이시는 각성시킨다. 즉 같은 성분을 화학반응시키고 용해시키는 것이다.


 시인의 철학적 사유와 관조적 시선은 사유의 저변에 깊숙이 침투되어 그 발원적 핵심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꿰뚫는다. '슬픔이 따뜻해지기 위해서는'엎드려야 하며 '상처를 누르는 일은 눈감는 길'이며 말도 침묵을 눌러야 한다고 역설한다. 모든 것들의 원리는 술독의 용수처럼 눌러쓰고서 더 엎드려 깊이 용해되어야 맑음의 진수에 이를 수 있음을.


 혹여 어떤 일로 괴로울때, 이 시는 그 환한 길을 제시해준다. 즉 슬픔의 성분을 바로 직시하고 더 힘껏 껴안고서 하나 되라한다. 용수를 눌러쓰고 더 안으로 깊어지고 혼융되라 한다. 즉 어떤 것에 정면 맞대결 하여 깊어지고 맑아지는 우리의 생의 원리를 명쾌하고 심오하게 제시해주며 큰 울림을 준다.


  임창현 시인은 1938년 군산 출생. 시집으로 '그리고 또 그리고''추억은 팔지 않습니다''워싱턴 팡세''우리에겐 블랙박스가 없다'및 다수 영시집 및, 수필집이 있으며 평론집 '아니무스의 변명''궁핍한 시대의 아니마 1.2', 워싱턴문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조선시문학상 재외동포문학상 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 입력시간: 2005.03.01.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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