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마음의 달 - 천양희2019-07-18 20: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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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2 16:30 | HIT : 1,713 | VOTE :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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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대화> 마음의 달-천양희(56)


마음의 달



천양희




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쪽끝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밥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 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


신 지 혜
  시인


  이시는 둥그런 보름달과 한 몸으로 동화되어 마음이 온통 황금빛으로 환하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습니다'즉 달빛에
경도되어 어둠을 내려놓는 시인의 모습은 집전을 앞둔 사제의 모습처럼 자연 앞에 경건하기조차 하다.

 삶의 질곡을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상처를 내려놓고서 치유를 간절히 희구하며 무한한 대자연과 일체심을 이루고자하는 아름다운 선적 풍경이다.

 평탄치만은 않은 이생 길에서 혹독하게 찔리거나 마음이 꺾여본
사람들의 간절함에 쏟아져 내리는 달빛이야말로 부드러운 마음의
평안함과 따스한 치유로 위무될 것이다.
 그 둥근 보름달이야말로 모든 이에게 있어 완성의 의미와 모서리없는 평안을 의미한다.

 시인은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속에 떴습니다'라고 시적 형상화한다. 자연과의 동체를 이루는 서정적 정경이 선적 깊이를 천착하여 빛을 뿜어내고 있다.
 들숨으로 빨려든 달이 몸속을 밝혀 보라. 마음속이, 그리고 몸속이 둥그렇고 환하게 부풀어오르지 않겠는가.


 천양희 시인은 1942년 부산 출생. '현대문학'(1965년)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 등이 있으며,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공초문학상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입력시간:2005.06.2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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