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구름의 戰士 - 이장욱2019-07-18 20:48:01
작성자
2018·01·02 16:35 | HIT : 1,980 | VOTE : 372



NY > 오피니언 > 사설

 


〈시와의 대화> 구름의 戰士-이장욱.(58)


구름의 戰士



이장욱




나는 그대를 그대는 구름을 구름은 다시 그대를
천천히 통과하는 오후, 너는 이제
날 만지지 말라. 나도 이제
널 만지지 않겠다

저 먼곳 석양이 내리는 빌딩 숲 너머에서
슬로모션으로 떠오르는 붉은 헬리콥터.
나를 향해 소리없이 기총 소사하는.

나는 꽃으로 피어 난무하는 총알들을 피하는 자.
나의 "매트릭스", 나의 모태는 이 부드러움이야.
이 부드러움 안에서 나는
하염없는 죽음의 풍경과 만난다.
헬리콥터, 헬리콥터, 그대여 무차별
난사해다오.
투하해다오.


먼데서 몰려오는 검은 비는 허공을
허공은 바다를 바다는 제 몸의 심연을
고요히 통과하는 밤.
어느덧 심연의 그대가 다시 나를 향해
천천히 떠오르는 풍경.
진주만 공습의 낡은 필름처럼
고요히 다가오는 헬리콥터.


그대도 시뮬레이션인가?나는
부드러운 영혼의 집.
오늘은 먼 하늘 구름을 통과하는 새의 부리가
천천히 클로즈 업되는 새벽,
제 몸의 끝, 그 단단한 첨단에 온몸을 걸고
혼자 구름을 통과하는 새.


*************


신 지 혜


 시인


 이 시는 구름의 부드러움을 통과시킨다. 영혼처럼 부드러운 구름이 되어 서로
스미고 왕래한다.

 '나는 그대를 그대는 구름을 구름은 다시 그대를' 즉, 통과하면서 구름의 부드
러움은 더 한층 깊어지며 눈물처럼 상대를 적신다.
 '나의 "매트릭스",나의 모태는 부드러움이야, 이 부드러움 안에서 나는 하염
없는 죽음의 풍경과 만난다. 헬리콥터, 헬리콥터, 그대여 무차별 난사해다오.
투하해다오.'
 즉 시인은 매트릭스의 환영 혹은 시뮬레이터처럼 구름으로서의 존재를 넘나
들며 경계의 철책을 지운다. 내면세계의 생각들이 전장터 헬리콥터의 기총
소사되는 빗방울처럼 존재를 넘나들고 자아의 존재가 부서지거나 자유자재로
재구성된다.
 
 이시는 환상과 실재속에서 구름의 전사인 나 자신이 전무후무한 문명적 시각
속의 독특하고 환상적 아름다운 구름 주인공이 된다. 구름들의 스펙타클한
장면속에서 자유자재로 교통하는 역동적인 장면들이 매트릭스로, 혹은
의미깊은 자성적 사유가 독자를 단숨에 매혹시킨다. 환상적이며 아름다운
하나의 시뮬레이션 장면속으로 우리를 강력 빨아들인다.


 이장욱 시인은 1968년 서울 출생. '현대문학'(1994)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내 잠속의 모래산'이 있으며 현대시학작품상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입력시간: 2005.7.05. 18:55

 

#신지혜# 신지혜 시인# 뉴욕중앙일보# 시와의 대화# 구름의 전사-이장욱# 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