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 <시와의 대화> 새가 아닌 새 /최정자2019-07-18 19:22
작성자
2018·01·01 13:02 | HIT : 1,390 | VOTE : 241
[시와의 대화] 새가 아닌 새 최정자





나는 것이 모두 새라면

바람에 나는 나뭇잎들이 모두

새가 되네요



내 마음도 공중을 날아

당신에게 갔으므로

나도

새가 되네요



새들이 날개를 접고

땅에 내리듯이

바람에

날던 잎새들도 땅에 내려
흙을 덮네요



내 속마음
내게서 날아간 새는
당신에게 내렸다는 기별이
없어요



공중에 떠 있기만 하는 새라면
땅에 내릴 줄 모르는 새라면
새가 아닌데요

마음의 새는 새가 아닌데요

기별 없는 새는 새가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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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마치 공중을 선회하며 날아가는 새의 모습이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을 바라보는 듯 하다. 바람에 나부끼던 나뭇잎들이 새들처럼 날아가고 시인의 마음도 역시 공중을 날아가는 모습은 환상적이면서도 아름답다. 마침내 나뭇잎 새들은 날개를 접고 땅위에 내려 안착하게 된다. 여기서 그 나뭇잎들은 일상적 소멸의 이미지가 아니라, 생동감 넘치는 물활론적 새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시인 역시, 이르고자 하는 당신에게 속마음의 새를 날려보내지만, 당신에게서 기별이 오지 않는 다는 그 사실은, 우리의 가슴을 오래 안타까움에 젖어들도록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물결치는 이 시의, 투명하고 섬세한 운율에 읽는 이는 저절로 빨려들고야 만다.

그 정한의 서러움 속엔, 심금을 울려주는 좋은 서정시가 그러하듯 희극보다는 비극이며, 즐거움보다는 쓸쓸함이며, 이루어지지 않는 것, 돌아오지 않는 것들 속에 그 감성의 밑뿌리가 깊숙이 닿아있질 않는가.

염원하는 자로서의 간절함을 안타까움의 역설로 노래함으로써 우리를 세련된 서정의 백미로 이끌어가고 있다. 공중에 떠 있기만 하는 새라면 땅에 내릴 줄 모르는 새라면 새가 아니라고, 마음의 새는 기착지도 없으니 새가 아니라는 쓸쓸하면서도 간곡한 회유구절이, 오래도록 아릿아릿한 여운과 함께 아름다운 감동으로 깊이 잦아든다.



뉴욕에 거주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최정자 시인은 월간 <시문학>등단. 시집으로 <달개비꽃><새가 아닌 새>외, 다수의 시집 및 제 4회 천상병 시상을 수상했다. 미동부한국문인협회장을 지냈다.

<신지혜.시인>


뉴욕중앙일보 입력시간 :2004. 06. 14   17: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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