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이천일년구월십일일/ 김정기2019-07-18 19:34
작성자
2018·01·01 13:57 | HIT : 779 | VOTE : 153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이천일년구월십일일...김정기

<시와의 대화> 이천 일년 구월 십일일



이천 일년 구월 십일일



김정기



아침 여덟시 사십오분

마른 아침에 치는 뇌성번개로

구월 햇살도 되돌아갔다



이십 몇 년만에 안고 뒹구는 아메리카, 그리고

 뉴욕도 부시도 쥴리아니도 부딪치면 불이 되는

성냥개비로 눈앞에 확대되어 왔다

세계가 포효하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낯선 땅이 갑자기 내 나라가 되어 걸어왔다

성조기를 바라보며 살가워지는 것은

동포의 피가 몸에 닿았기 때문인가



쓰러지는 것은 한꺼번에 몰려와

일어서는 것을 덮치며 쓰러진다

아슬아슬한 시간의 곡예에서

꽃잎으로 분분히 떨어진 그대의 꿈

지워질 듯 지워질 듯

다시 살아나는 아들딸의 사진 한 장

몸져눕지도 못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눈물이

수없이 허공을 날으던 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것 같은

가족의 안부가

목마르던 날

아, 지금도 목이 마르다



*********

신 지 혜

시인



이 시는, 그 무엇에 견줄 수 없는 존귀한 생명들이 참으로 어이없이 낙화한 9·11테러를 새기게 한다. 이 시는 그 비극적 슬픔을 통렬히 아파하고 있다. 안타까운 슬픔과 그 잔혹한 장면이 시인의 따뜻하고 섬세한 가슴을 후리며 지나간다.

그저 저녁마다 따뜻한 불 한 등을 켠 채 오순도순 정을 밝히며 단란한 한 가족의 구성원이었을 평범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잿더미속에서 처참하게 그 소박한 꿈을 접어야 했다. 생명에 대해 무감각한 잔혹한 테러집단이나 명목없는 무참한 전쟁이야말로 이 지구상에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서 또다시 발발해서는 안될 것이다.

장엄하다 못해 숭엄한 것이 바로 생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자들이 많아질수록 인간의 의식적 차원은 점점 더 진화되어 보다 환한 미래의 시간을 이끌어오지 않겠는가.

인간의 본성과 따뜻이 조우하고 상응하는 시인의 뼈아픈 울음이 우리에게 함께 울음을 터트리고 가슴을 적시게 한다.



김정기 시인은 1939년 충북 음성 출생. ‘시문학’(1972)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당신의 군복’ ‘사랑의 눈빛으로’ ‘꽃들은 말한다’가 있으며 미동부한국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입력시간 :2004. 09. 07 17: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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