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 아버지 - 한문수2019-07-18 19:40
작성자
2018·01·01 14:34 | HIT : 1,046 | VOTE : 197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 아버지......한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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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대화> 아버지-한문수




아버지



한문수



종로 탑골공원을

IMF때

젊은 사내들에게

떠밀리듯 양보하고

잠실 롯데월드 지하로

출입처를 옮기신

88세 미수(米壽)의 아버님







찬바람 품에 드니

여름 내내 쓰셨던

하얀 모자 벗으시고



거울 앞에서

새 모자 쓰시며





어때

멋있지





멋있습니다.



멋을 쓰신 아버님

오늘도

그림자 밟으시고

지팡이를 휘저으시며

천리

꿈길을 나서신다.




********
신 지 혜
 시인




지상의 모든 아버지들을 가시고기와 견주어본다. 지느러미가 다 낡고 헐도록 자식에게 헌신과 사랑을 주게 되는 천형의 가시고기.

종로 탑골공원에 혹은 잠실 롯데월드에 옹기종기 모인 아버지들. 현실의 IMF의 위기뿐만 아니라 시대적 난관을 모두 묵묵히 겪어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버지들의 초상이다. 더욱이 6.25 전쟁은 물론 파란만장한 격동기와 힘겨운 가난을 겪는 동안 어느덧 주름이 패이고 흰 머리칼로 뒤덮인 노인의 길로 접어들어 모자를 쓰시고 지팡이를 짚고 나서는 이 시속의 아버지의 모습이야말로 바로 내 아버지의 초상인 것이다. 이 시속 아버지의 모자는 결코 값비싼 명품이 아니며 모질고 험한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어온 희끗희끗한 세월의 눈물이 젖어든 바로 그 모자일 터이다. 이 시속의 선명한 아버지의 모습에 저절로 가슴이 뭉쿨해지고야 만다. 시인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은 우리에게 모자의 멋을 쓰시고 꿈길을 향하는 아버지들의 외로운 등을 선명하게 클로즈업시켜준다. 그리하여 그 애잔한 잔상이 읽는 이의 콧날을 시큰하도록 감동으로 온통 여울지게 한다.



한문수 시인은 서울 출생. '문예사조'(1998)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바람이 되고 싶다'가 있다. 문예사조 문학상. 짚신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입력시간 :2004. 10. 18 18: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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