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그리움 - 송상욱(44)
그리움
송상욱
멀다 하늘을 나는
새의 발자취를 누가 찾을 것인가
지워진 하늘 너머
신화를 보는 눈으로 서 있는 나무는
허공에 편지를 쓴다
꿈속 젖은 긴 밤이
나뭇가지 끝에 이슬로 맺혀
새의 동공에 빛핀 허공의 눈이 된다
************
신 지 혜 시인
아주 먼 곳을 바라본 적 있는가.
이 시는 저 하늘 깊숙이 날아가 박힌다. 새의 발자취마저 사라진 허공 저쪽에 무한의 그리움이 존재한다.
'신화를 보는 눈으로 서 있는 나무는 허공에 편지를 쓴다'고 시인은 말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나무는 사유하는 나무이며 먼 곳을 꿰뚫어 초자연적으로 소통한다. 즉 먼 곳을 향한 신화적인 예지의 눈을 지녔다.
이 시는 초현실적인 지감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인간이 자연적인 지각력을 잃은 것은 순전히 인간의 탓이 아니겠는가. 원시를 벗어버리고 문명의 발전에 단련된 감각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원초적 능력을 벗어나 지극히 가시적인 영역만 허용하게 되는 불운을 초래했다.
시인은 '꿈속 젖은 긴 밤이 나뭇가지 끝에 이슬로 맺혀 새의 동공에 빛핀 허공의 눈이 된다'라고 묘파한다. 어둠의 허공 속에서 맺혀진 이슬이 다시 새의 동공으로 클로즈업 된다. 또한 그것이 곧 그리움이 담긴 검은 새의 동그란 허공의 눈이라 한다.
즉, 저 소리 없는 자연 속의 무수한 움직임들은 지금 이 순간도 멀고도 깊은 그리움의 공간을 짓고 있는 것이다. 독특하고 예리한 시인의 시선이 아름답고 신비적인 초현실주의적 그림 한 장속으로 우리를 매료시킨다.
송상욱 시인은 고흥 출생. 시집 '망각의 바람'(1975년)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망각의 바람''영혼 속의 새''승천하는 죄''하늘 뒤의 사람들'이 있으며 개인시 잡지'송상욱 시지'(현 19회)를 발행하였으며 현대시인상 본상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입력시간 2005.03.28.17: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