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FM 99.9-윤성택2019-07-18 20:58
작성자
2018·01·03 15:08 | HIT : 1,137 | VOTE : 315
NY > 오피니언 > 사설

 


〈시와의 대화>FM 99.9-윤성택(65) 



FM 99.9



윤성택



육십 촉 전구가 긴 하품처럼 흔들린다
목젖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골목 어귀 바람은
기댄 리어카 헛바퀴로 다이얼을 맞춘다
주파수를 잃은 낙엽이 쓸려간 후미진 끝
별들의 잡음이 가득하다 사람이 그리운
별이 있어 저리 총총한 밤, 때로
ON표시처럼 스탠드 불빛 새어나온다




 


조금씩 뚜렷해지는 스테레오 같은 창들,
산다는 건 어쩌면 막막한 어둠 속에서
불빛이라는 채널을 갖는 것이다 그리하여
같은 시간 같은 음악을 듣는 이들은
서로를 잇대며 이룬 외로운 기지국이다
붉은 막대채널 같은 가로등이 길 위를
밀려가고 가끔 개 짖는 소리가 잡힌다
거미줄은 이제 스피커처럼 웅웅거린다

배달오토바이가 LP판 소릿골을 긁으며
좁은 골목을 돌아 나온다 불빛에 꽂혀진
사소한 소음도 이제는 모두 음악이다



************
 
신 지 혜
  시인 


 한 밤의 다이얼을 돌려보라.
거기 깊은 어둠속에 켜진 FM 방송의 주파수가 잡히리라.
 이 골목속의 풍경들은 살아서 숨쉬고 있는 생동적인 존재들이며, 세상이 방출
되고 흡입되어지는 거대한 트랜지스터이다. 즉 고요하게 움직이는 존재들, 사
소로운 소음들이 여지없이 발각되어진다. 여기서 이 골목 풍경속의 사물들이
각자 소통의 채널을 지니고 세상 풍경속 존재들의 주파수를 인지하고 상호 소통
되고 있으며 날카롭고 예리한 시인의 감성적 네트 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ON표시처럼 스탠드 불빛 새어나온다 조금씩 뚜렷해지는 스테레오 같은 창
들, 산다는 건 어쩌면 막막한 어둠 속에서 불빛이라는 채널을 갖는 것이다'처럼,
 이시는 삶이란 어둠 속의 희망적 불빛을 서로 갈구하고 타전하는 방식임을 숙
지시킨다. 삶이 어우러지고 들끓는 골목을 듣고 세상을 받아들이며 교류함으
로서 삶 자체는 거대한 하나의 음악임을 통찰한다.

 이 시는 일상의 내부를 깨우는 독특한 시선의 방식으로 독자를 단숨에 흡인한다.
통념적인 인식이 거부된 독특한 이시의 섬세한 예지력과 신축성있는 사유방식
의 내구력에 의해 집중된 FM 골목속으로 저절로 두 귀가 한껏 모아지게 한다.


 윤성택 시인은 1972년 충남 보령에서 출생하였으며 '문학사상'(2001)으로 등단
하였다.


 


<뉴욕중앙일보>입력시간: 2005.08.22.
신문발행일:200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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