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지구의 가을.....이문재2019-07-18 19:39
작성자
2018·01·01 14:31 | HIT : 1,021 | VOTE : 215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지구의 가을.....이문재

<시와의 대화>지구의 가을-이문재


지구의 가을


 


문재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나는 두려워 헤아리지 못합니다
마음의 눈 크게 뜨면 뜰수록
이 눈부신 음식들
육신을 지탱하는 독으로 보입니다


하루 세 번 식탁을 마주할 때마다
내 몸속에 들어와 고이는
인간의 성분을 헤아려보는데
어머니 지구가 굳이 우리 인간만을
편애해야 할 까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주를 먹고 자란 쌀 한톨이
내 몸을 거쳐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
커다란 원이 보입니다
내 몸과 마음 깨끗해야
저 쌀 한톨 제자리로 돌아갈 터인데


저 커다란 원이 내 몸에 들어와
툭툭 끊기고 있습니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린다 해도
이 음식으로 이룩한 깨달음은
결코 깨달음이 아닙니다


********


신 지 혜
시 인

삼라가 일중일체(一中一切)요, 다중일(多中一)이 아닌가.
하나 속에 우주전체가 들어있고 우주전체에서 하나가 드러난다.
이 시에서 '우주를 먹고 자란 쌀 한톨'을 대하는 시인의 따뜻한 심성은 수행자의 구도 자세를 드러낸다. 즉 우주적 공생의 진면목을 바로 보고 그 자연섭리를 둥그런 원의 세계로 인식한다. 아울러 우주를 먹으면서도 그저 마음의 탐욕을 버리지 못하는 자아에 대하여, 준엄하면서도 뼈아픈 자각과 참회에 이르고 있다. 비록 쌀 한 톨마저 허투루 먹을 수 없는, 낮아질 대로 낮아진 무욕과 겸양의 자세로 임하는 시인의 구도자적 사유가 진지하게 드러난다. 이 지구의 가을, 이 시의 범종소리는 우리의 심중을 타종하여 큰 울림을 주고있다.

이문재 시인은 1959년 경기 김포출생. '시운동'(1982)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산책시편''마음의 오지'등과 김달진 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등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
입력시간 2004.10.1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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