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의 대화>나는 둥글어지기를 희망한다-이희만<48>
나는 둥글어지기를 희망한다
이 희만
세상의 모든 과일처럼 세상의 모든 눈물처럼 내 몸은 둥글어지기를 희망한다. 농익어 농익어서 슬금슬금 단물 뱉어내는 열매처럼 사과처럼 둥글어지기를 나는 희망한다. 올림픽 구장에서 침묵의 첫 순간을 깨고 굴러 나오던 굴렁쇠처럼 나는 구르기를 희망한다. 허허롭던 유년의 들판도 굴러보고 뛰어보고 자갈투성이 청년의 폐허도 파보고 세우면서 나는 회전하기를 희망한다.
둥글어지기를 희망한다.
모든 세상의 열애처럼
모든 세상의 슬픔처럼
나는 둥글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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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지 혜
시인
둥글다는 말은 그 얼마나 부드럽고 아름다운가.
모서리가 없다는 말, 그것은 곧 원융의 사방 세계를 두루 포용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도형 중에서 가장 원만하거나 완성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 바로 원이다. 이 시는 모든 사물과 세계를 끌어안고 화해하고자 하며 그 둥글다는 의미의 희망을 희구하며 융화하고자 한다.
둥근 것보다 모난 구석이 더 많은 세상과 자아와의 괴리감을 무너뜨리고 세계와의 무한한 포옹을 시인은 희망한다. 이 시에서 둥근 것은 하나의 존재의 집이다. 잘 농익어서 인생의 완숙을 향한 자아 자체의 생존의 집이며, 바로 눈물의 집이다. 잘 익은 과일이 되고자 하는 그 세계가 시인이 닿고자 하는 바로 그 정점이다.
'농익어 농익어서 슬금슬금 단물 뱉어내는 열매처럼 사과처럼 둥글어지기를 나는 희망한다.'
둥근 것은 정지되지 않는다. 어디론가 굴러간다. 사과도 완숙을 위하여 생을 회전한다고 시인은 깊숙이 관조한다.
이시의 사유와 관조가, 인생의 도형 원리를 생각하게 한다. 나와 세상과의 증폭된 생을 꿈꾸게 하며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하게 한다.
이희만 시인은 '시대문학'(1990)으로 등단, 시집으로 '섬과 섬으로 만나' '물의 은유'가 있으며, United Poets Laureate International 회원,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협회원이며, 현재 미동부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뉴욕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