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박형준
첫 비행이 죽음이 될 수 있으나 , 어린 송골매는
절벽의 꽃을 따는 것으로 비행 연습을 한다
근육은 날자마자
고독으로 오므라든다
날개 밑에 부풀어오르는 하늘과
전율사이
꽃이 거기 있어서
絶海孤島,
내리꽂혔다
솟구친다
근육이 오므라졌다
펴지는 이 쾌감
살을 상상하는 동안
발톱이 점점 바람 무늬로 뒤덮인다
발아래 움켜쥔 고독이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서
상공에 날개를 활짝펴고
외침이 절해를 찢어놓으며
서녘 하늘에 날라다 퍼낸 꽃물이 몇
동이일까
천길 절벽아래
꽃파도가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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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지 혜
시인
긴장된 순간이다.
어린 송골매가 솜털 날개를 펴서 그들의 터전인 하늘로 난생처음 솟구쳐 오른다. 그리하여 절해고도 생존의 춤으로 삶의 방식을 홀로 터득해야만 하는 것.
이시는 새 한 마리가 절해고도에서 절벽의 꽃을 따는 첫비행의 모습을 포착함으로서 팽팽한 긴장감과 전율로 이끌어간다.
목숨을 걸고 도전할 수밖에 없는 생명적 존재가 절대절명의 순간을 철저히 홀로 체득할 수밖에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공중에서의 처연한 춤이야말로 송골매 자신과의 사투를 건 치열한 그 첫 춤이며 죽는 날까지 추어야 할 목숨의 춤임을 암시한다.
또 송골매는 고독한 첫 기억의 출사표를 던짐으로서 세상속에서의 자아를 확인하는 과정을 인식하게 되리라.
또한 '천길 절벽아래 꽃파도가 인다'의 절정적 묘사는 서늘하고 아름다우며, 눈물겨운 감동으로 술렁이게 한다.
박형준 시인은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한국일보'신춘문예(1991)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빵냄새를 풍기는 거울''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있다''춤'이 있으며, 현대시학작품상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입력시간: 2005.7.19.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