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시와 함께>

제목[미주중앙일보]<시와함께>사랑-김상미2019-07-19 0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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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4 12:04 | HIT : 3,680 | VOTE : 255

[미주중앙일보]<시와함께>사랑-김상미

사랑


김상미



그는 남쪽에 있다
남쪽 창을 열어놓고 있으면
그가 보인다
햇빛으로 꽉 찬 그가 보인다



나는 젖혀진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젖혀진 내 목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의 힘이다



그는 남쪽에 있다
그에게로 가는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몸에 난 길을 닦는 건 사랑이다
붉은 꽃들이 그 길을 덮는다
새와 바람과 짐승들이 그 위를 지나다닌다



시작과 끝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남쪽에 있다


***********



 이 시는 '사랑'의 근원적 뿌리가 닿아있는 곳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그
영원불멸한 사랑의 존재는 따뜻한 남쪽에 존재한다. 시인은, 사랑의 향방과
그 근원지를 향하여 나부낀다. 따스한 햇빛이 가득한 남쪽으로 목이 젖혀진
다. 마치 고화질 시뮬레이션 화면처럼 우리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진다. 사랑
의 붉은 꽃들이 피어나고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즉
원색적인 빛깔이 수채화처럼 번져 간다. 그것은 곧 '사랑의 힘'이다.

 여기서 상징적인 향방인 남쪽의 그는, 단세포적이고 일회성의 말초적 사랑이
아니며, 몸과 영혼을 지배하는 끝없는 마력적 힘인 것이다. 곧 시작과 끝도 없
는 영원불변의 사랑을 일컫는 것이며 그것은, 곧 사랑의 화신이다. 그의 권능
이야말로 존재들의 경계와 간극을 넘나들어 시적 화자의 몸안에 무수한 길을
닦고 사랑의 완성적 통로를 열어 소통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
내 새와 바람과 짐승들이 그 위를 자유자재로 향유할수 있는 사랑의 근원적 낙
원이 구축된다.

 이 시는 기존의 고답적인 '사랑시'와는 변별된다. 즉 사랑의 진부하고 식상한 고
전적 통념과는 또 다른 사랑인,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사랑의 이데아를 제시하며,
완성된 형상을 보여준다. 즉 모던한 시적 형상화로서 우리 앞에 상큼하고 신선한
사랑의 비전으로 다가선다.



 시인은 1957년 부산 출생.1990년 [작가세계]여름호로 등단.시집으로[모자는 인간
을 만든다][검은 소나기떼][잡히지 않는 나비],등의 시집 및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미주중앙일보] 200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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