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시와 함께>

제목[미주중잉일보]<시와함께>임방울-송찬호2019-07-19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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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5 05:09 | HIT : 3,743 | VOTE : 264

[로스엔젤레스 미주중앙일보 컬럼]

<시와함께>임방울-송찬호



임방울



송찬호




삶이 어찌 이다지 소용돌이치며 도도히
흘러갈수 있단 말인가
그 소용돌이 치는 여울 앞에서 나는
백 년 잉어를 기다리고 있네
어느 시절이건 시절을 앞세워 명창은 반드시
나타나는 법
유성기 음반 복각판을 틀어놓고, 노래 한 자락으로
비단옷을 지어 입었다는 그 백 년 잉어를 기다리고 있네
들어보시게, 시절을 뛰어넘어 명창은
한 번 반드시 나타나는 법
우당탕 퉁탕 울대를 꺾으며 저 여울을 건너오는,
임방울, 소리 한가락으로 비단옷을 입은 늙은이
삶이 어찌 이다지 휘몰아치며 도도히
흘러갈 수 있단 말인가



***************
신지혜
시인



이 시속에는, 쇠가죽의 북편과 채편을 한번씩 견주어 두들기는
노련한 고수가 어디 숨어 있을 듯하다. 그리고 그 신명나는 장
단에 맞춰 청청한 음색을 틔워내는 명창 임방울이 있다.
때로 태산을 우렁우렁 뒤흔들었다가 끊어질 듯 강줄기를 휘둘
러치고, 어우르는 듯 애끓다가 청산을 좌우로 거며쥐기도 하며,
스르르 삼라를 풀어놓으며 심장을 앓여내는 바로 그 소리.
그 노래로 비단옷을 지어 입은 자! 과연 생각만 해도 화통해
지고 박하처럼 온몸이 화-해진다.
임방울. 그러나 어디 큰 道에 거저 이르겠는가. 명창의 고된 길
이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득음을 위하여 서늘한 폭포의 낙
차속에서 소리를 가다듬고 맑게 씻어 한 도를 꿰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뜨거운 불가마 속에서 쇠를 녹이고 깎아내어, 제련하는
일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혹은 거대한 원형경기장에서의 고독
한 투우사처럼 자신과의 투우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한 시대와
시대를 초월하여 유연하게 넘어서며 도도히 흘러갈수 있는 자. 백
년 잉어를! 시적 화자는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는 여울 앞에서 기다
린다. 여기서 그 백년잉어는 바로 임방울이자 곧 이르고자 하는
시인 자신의 길과도 상통한다 하겠다.
즉, 예술의 근원적 미학에 다다르고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경주
함으로써, 큰 명창이 되는 길. 또한 시인의 길과 다르지 않으며,
그를 희구하는 간절한 염원과 구도를 향한 시인으로서의 의지 또
한 동일함을 암시하고 있다.
'들어보시게. 시절을 뛰어넘어 명창은 한번 반드시 나타나는 법. 우
당탕 퉁탕 울대를 꺾으며 저 여울을 건너오는 임방울....삶이 어
찌 이다지 소용돌이치며 도도히 흘러갈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시의 멋들어진 풍류와 호쾌하고 당당한 싯구절들은 마치,
소리마당의 한 곡조처럼 곧 읽는 이의 막혔던 가슴 언저리를 시원
하고 통쾌하게 여름 물줄기처럼 탁, 틔워준다.



송찬호 시인은 1959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였다. 경북대 독문학
과를 졸업하였으며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을 통하여 등단하였
다. 시집으로는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붉은 눈, 동백' 등이 있다.



<신지혜 시인>







<미주중앙일보>. 입력시간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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