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제목얼굴에 대한 고찰/신지혜................................『현대시학』.2011년 6월호2019-07-16 20:57:45
작성자
2011·05·29 05:03 | HIT : 2,805
얼굴에 대한 고찰


신지혜


사이프러스나무 얼굴, 화강암 바위 얼굴이
서로 거울 보듯 팽팽히 탐색하고 있다
얼굴과 얼굴이 포개진다
얼굴의 속성은 서로 섞이어 배경을 생산하는 것
이 지구에 우리는 얼굴 하나 분양받고 출현한다 그러나
종래엔 반환해야 한다 그것은 이 지구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삼라만상의 얼굴 들여다보면 어떤 것도
고정된 얼굴이 없으므로
무엇이 닮았다 다르다 논할 수가 없다


풀벌레 얼굴, 짐승 얼굴, 사람 얼굴 한데 섞이어
이 둥그런 지구 얼굴 하나 뚝딱 만들고 마침내
밀키웨이 갤럭시, 우주 큰 얼굴 뚝딱 만드는데


내 얼굴 역시 수억 년 전 물고기 얼굴, 새 얼굴 고루 섞여 용해된 얼굴
또한 수억 년 전 여성, 남성 골고루 돌아왔을 터,
그간 내가 분양받았던 얼굴만도 수천 개 아니었으랴


자고나면 거울 보며
당신이 나 입니까? 내 얼굴 속 무한 당신을 보고 산천을 보고
나는 무수한 얼굴과 끊임없이
통성명하고 새로 사귄다


얼굴 하나 삶 속에서 옳게 운반하는 일이나
사람다운 얼굴 유지하기란 결코 순탄치 않다 그리하여
얼굴의 장엄 행렬 속 걸어가는 얼굴들은
각자 프로그래밍된 기한 무사히 마칠 때까지
늘 초긴장의 연속, 파노라마 대 장정이다





『현대시학』.2011년 6월호 2011년 6월호
#신지혜# 신지혜 시인# 얼굴에 대한 고찰 /신지혜# 시# 현대시학#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