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신지혜
내가 어머니 열고 나오지 않았다면 이 세상이 있었을까 어머니는 내게 문이셨다 내가 아버지 열고 나오지 않았다면 내 삶이 있었던 것일까 아버지는 내게 문이셨다
울퉁불퉁 콘크리트 바닥을 대 평원으로 알고 기어가는 저 딱정벌레도 문 힘차게 떼밀고 나오지 않았던가
나도 문이고 당신도 문이다 내가 당신을 열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당신을 알겠는가 우리는 서로 여닫는다
제각기 문을 통해 문 여닫는 방법에 전전긍긍 끊임없이 노크하며 스스로 문 활짝 열어 맞이하기도 하고 영 안 열리는 문에 매달려 통곡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수많은 문들 천개도 단 한 개의 마지막 문으로 귀결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밥을 먹었던 지인의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듣고서야 알았다
내가 늘 여닫던 당신도, 이제 길고긴 문 열기 끝내고 홀연히 그 문을 나가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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