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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마지막 메이크업/신지혜-----------계간『주변인과 시』2011년 겨울호2019-07-16 21:05:18
작성자
2011·11·04 00:42 | HIT : 2,836
 마지막 메이크업



                             신지혜


장의사가 사체 얼굴에 화장품을 바른다
물기 빠져나간 빈 세포구멍 허방을 꼼꼼히 터치하는
장의사의 손은 엄숙 경건하다
산 자가 죽은 자의 얼굴 꾸며주는 일은 특별한 일,
이것이 마지막 아니던가 루루 콧노래 부르며
먼저 스킨과 로숀, 영양크림 순서대로 발라주고
밝은 베이지빛 파운데이션 가볍게 두들긴다
아이브로우 펜슬로 평소 듬성듬성한 양 눈썹의 모근 다독이며
한 올씩 그려준다
주저앉은 광대뼈에 핑크빛 볼 터치로 생기 주어 그럴 듯 위장한다
핏기 사라진 입술도 립스틱으로 도톰하게 발광 포인트 준다
그녀의 다혈질 희비 감정과 수위를 넘어 욕설도 거칠었던
분노가 휘발된 창백한 얼굴,  
향기 독식했던 그녀의 코는 이미 숨결 지워진지 오래였고
거침없이 공언 쏟아내고 육식 즐겼던 입은 굳게 잠겨있었다
이제 그녀가 열린 관 뚜껑 속 꽃 장식과 함께
두 손 가지런히 모은 채 고요히 가라 앉아있었다
삶은 늘 그녀 욕망의 기대치에 못 미쳐 곤두박질로 추락하기 일쑤였으나
이렇게 깊이 추락하여 밑바닥에 등이 닿아 본적 한 번도 없었다
그녀가 관계했던 우주 밀키웨이 갤럭시, 이 지구별 위에서의
인연도 꿈처럼 단지 이것뿐이었을까
그녀는 이미 이쪽과 무관한 자였으므로
마지막 메이컵 끝낸 채 예 갖추어 손님을 두루 맞이할 뿐,
장례식장 뷰잉서비스에 참석한 검은 복장의 하객들이 소곤소곤 그녀 곁을 지나갔다
“참 따뜻하신 분이었어요”
“우리에게 오셨던 가브리엘 천사였어요”
텅 빈 옷 한 벌이 관속에 곱게 누워 미소 짓고 있었다 한 점 열기도 없이



계간 『주변인과 시』 2011.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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