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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물방울 휴거 /신지혜---------------『현대시학』2012년 3월호2019-07-16 21:10:36
작성자
2012·03·03 11:34 | HIT : 2,410
물방울 휴거



                                          신 지 혜


허드슨 강줄기가 대서양 향하여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함께 가는 길은 즐겁다
천 갈래 만 갈래 석양에 찢겨지는 물방울의 각자 염원은
어서 휴거되어 구름이 되는 것



한때 키 작은 들풀의 마른 몸 구석구석 씻어주었던 물방울이
한때 하역장 쓰레기더미 속에서 흘러나온 냄새나던 물방울이
한때 고요를 사랑한 시다나무 뿌리의 자양분이었던 물방울이
여기선 모두 평평하였으며 돌아봐도 똑같은 큰 얼굴이었으며
도대체 어디서 누굴 적셔주던 것들이었는지 모를 어깨들과 나란히
큰 힘이 되었다



간곡한 기도가 통해서 구름으로 휴거되지 않아도 좋았다
강줄기는 함께 대서양을 창조했으며 어디서 온 줄기들인지 서로 함구했다
무거운 자아를 홀로 들고 있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의 변신은 늘 찰나였으므로
구름이 되거나 얼음이 되거나 또다시 물이 되고자 떠나기도 했다



대서양은 모든 물방울을 넉넉한 품안에 한꺼번에 끌어안고
“괜찮아, 잘 될 거야, 넌 아름다운 구름이 될 거야” 늘 토닥이며 노래했다







『현대시학』201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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