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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따뜻한 혓바닥/ 신지혜 .....................계간 [시안] 여름호2019-07-15 20:53:11
작성자
2007·05·05 02:33 | HIT : 3,251
따뜻한 혓바닥




신 지 혜



한 블록쯤 떨어진 곳에

혼자 살고있는 매리 할머니집 개가 새끼를 낳았다 한다.

빨리 와서 보라고 한다.

아직 채 눈도 뜨지 않은 주먹만한 강아지 다섯 마리.



어미 개인 스테파니*가 새끼들을

기인 혓바닥으로 핥아주고 있었다.

강아지들이 꼬물꼬물 일어서다 다시 주저앉고

또 일어서다 비틀거리며 서로 파고든다.

이제 스테파니가 새끼를 낳았으니,

식구가 늘었다고 매리 할머니 얼굴빛이 환해진다.



"이 세상이 너무 눈부시거든.
눈이 떠져야 비로소 하나씩, 둘씩 사귀고 익히게 되지"



좀 만져보라 하여, 가만히 내 손을 대었더니,

젖은 솜털이 아직 따뜻했다.



'애 썼겠다'

눈가에 눈물이 묻어있는 어미개의 목덜미를

가만가만 쓰다듬어주고 일어서 나오다

다시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개는 기인 혓바닥으로

다섯 마리를 차례대로 정성껏 핥아준다.



붉고도 기인 혓바닥,



느리고도 기인,

따스함의 입김이 골고루

이 세상 허기진 구석구석을 핥아간 저녁.





*스테파니-매리 할머니의 친정어머니 이름을 붙임.



-계간[시안]여름호.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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