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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밥 / 신지혜--------------계간문예 [다층] 2008년 가을호2019-07-16 04: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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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2 03:55 | HIT : 4,616

 

 






                                  신 지 혜



밥은 먹었느냐
사람에게 이처럼 따뜻한 말 또 있는가


말에도 온기와 냉기가 있다는 것
밥은 먹었느냐 라는 말에 얼음장 풀리는 소리
팍팍한 영혼에 끓어 넘치는 흰 밥물처럼 퍼지는 훈기,


배곯아 굶어죽는 사람들이
이 세상 어느 죽음보다도 가장 서럽고 처절하다는 거
나 어릴 때 밥 굶어 하늘 노랗게 가물거릴 때 알았다
오만한 권력과 완장같은 명예도 아니고 오직
누군가의 단 한끼 따뜻한 밥 같은 사람 되어야 한다는 거


무엇보다 이 지상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것은
인두겁 쓴 강자가 약자의 밥그릇 무참히 빼앗아 먹는 것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과 살기 위해 먹는 것은 둘다 옳다
목숨들에게 가장 신성한 의식인
밥먹기에 대해 누가 이렇다할 운을 뗄 것인가


공원 한 귀퉁이, 우두커니 앉아있는 이에게도
연못가 거닐다 생각난 듯 솟구치는 청둥오리에게도
문득 새까만 눈 마주친 다람쥐에게도 나는 묻는다


오늘
밥들은 먹었느냐













-계간 문예 [다층]200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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