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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어버이/신지혜------------계간『문학과창작』2012년 겨울호2019-07-16 21:14:28
작성자
2012·11·14 05:47 | HIT : 2,928
어버이


                                신지혜



깊은 해저 헤엄치며 한 몸 오므렸다 폈다 고투하며
제 새끼들 키우던 연어 한 마리
내 저녁 밥상 위에 놓고 잘근잘근 씹어먹고 있다니!
남의 생명을, 몸부림을, 죽음의 맛 즐기고 있다니!
가두리 양식장에 물고기 풀어놓고 첨벙거리며 들어선 사내
허둥대는 물고기 움켜쥔 자의 득의양양한 웃음 위에
내 얼굴도 클로즈업 되고


남의 불행과 불운에 내가 춤추고 있다니!
이 물건은 선악도 모르는 그저 철부지였노라 변명해야 하는가
생명 부르짖던 내가 물고기 등뼈 발라먹고
물고기 남은 인생 대신 살겠노라 약조해야 하는가


미안하다


인간은 물고기보다 새보다 미물보다 나은 줄 알았다
남의 몸 부수어먹고 씹어먹고 으깨먹은 내 생이
나 혼자 산 것 아니었다니!


천의 몸 먹고 자란 나를
이제나 저제나 키운 이들
모두 내 육신의 어버이들 아니신가


오늘 비로소 그들에게 마음 포개 깊숙이 절을 올린다




-계간『문학과창작』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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