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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사이렌/ 신지혜------------------------계간 [시현실]2006년 가을호2019-07-15 19:23:10
작성자
2006·10·01 05:12 | HIT : 3,584
사이렌


신지혜



늦은 밤,
가늘게 사이렌이 울렸다.

누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건너가는가.
문득 파닥거리는 형광나비 한 마리, 검은 먹지위,
예리한 면도날처럼 나비가 파선을 그으면 날아간다.
캄캄한 어둠 정교하게 파들어가는 나비날개
서늘하다. 간헐적으로 상승과 하강 반복하며 다시,
高와 低의 절벽 경험하며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는 실비명, 이미 오래전부터 침묵을
위장하고 밤마다 울리고 있었던 사이렌,
참 세상이 두루 깊기도 하지. 저 캄캄한 저탄장 아래
침잠하여 숨 고르던 내 어린 시절 슬픔의 분말
일제히 다시 소요한다.

이 꽃에서 저 꽃 가는 길 알고 있는가.
가늘게 멀어지는 나비날개 팔락거림이 능선 하나
허문다. 내 숨길도 어쩌면 저렇게, 어느 산 하나쯤
파헤치며 날개 헐도록 날아가지 싶은 밤,
나 수천 데시벨 난시청 지역 통과한다.
대서양 파도 겹겹이, 혹은 천년 수렁같은 저 꽃의
황홀한 동공속으로 빨려드는 소리나비 한 마리, 빛나는
광섬유 활을 긋듯, 가느다란 슬픔 한 줄
어둠에 그어대며 아득해지는 밤, 정적의
그 아찔한 깊이 사이렌.





- [시현실] 2006년.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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