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사귀기 신지혜 외로움도 사귀어보면 괜찮다 나 외로움을 읽어본 사람이지 외로움과 독대하여 서로 뚫어져라 바라보면 알게 되지 외로움은 내게 위해를 가하거나 함부로 등 돌리지 않는다는 것을 외로움도 말 걸어보면 그가 얼마나 외로운지 외로움이란 형벌이 더더욱 얼마나 아픈지 그 속내 털어놓게 된다 사실 그는, 내가 어느 날 이 세상 뒤편으로부터 불러온 환영이다 하여, 나 그를 위무해주고 보살피며 그의 슬픔 탐닉해보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도 나와 벗이 되기 원한다는 걸 내가 텅 빈 골방에서나 네거리 한복판에서 삶이 아파 목놓아 울부짖을 때에도 그는 어느 틈엔가 다가와 괜찮아, 모든 건 환상통이야 내 등을 두들겨주곤 하였다 외로움은 늘 나를 단련시켜주고 고양시켜준다 온갖 세파에도 끄떡없는 근기로 두 눈 부릅뜨고 맞장뜨게 한다 나는 안다 외로움도 오래 익숙해지면 더 없는 막역지우라는 것을 계간[문학과 사람] 2019.가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