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애의 늪 신지혜 수의사가 날개 다친 검은 독수리를 맹훈련 시킨다 독수리의 잃어버린 야생성 되찾아 주기위해 독수리 우리 안으로 살아있는 어미토끼가 던져졌다 방금 전까지 제 새끼들 돌보던 어미토끼였다 구석으로 도망쳐 벌벌 떤다 인간이 독수리만 편애하지 않았더라면 새끼토끼들은 따뜻한 어미 품속에 있었을 터 소 돼지 죽이는 대신, 개와 고양이를 편애하는 우리들, 토끼풀, 엉겅퀴 잡초 제거하는 대신, 잔디를 우대하는 우리들, 오직 인간의 간택을 받는다는 희망을 갖고 그들 치열한 독기로 살아남는다 인간에게 어떤 생명을 더 편애하고 제외시킬 권리가 있었던가 독수리는 토끼 모가지를 맹렬히 물어뜯었다 사방 핏방울이 튀었다 그렇지, 그래야지, 잘했어, 지켜보던 수의사는 함성 지르며 큰 박수를 보냈다 잘못된 편애의 늪에 빠진 우리들 무조건적 편애의 깊이가 중증이어서 함께 앓는 병
이젠, 당신도 나도 이 불치의 중병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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