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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물의 얼굴/ 신지혜---------------------계간 [문학과창작]가을호20072019-07-15 20: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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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7 01:10 | HIT : 3,318

물의 얼굴




                          신지혜




물의 얼굴을 보았다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목구비를 만지려고 했더니
그만 사라졌어요
아니, 순식간에 날아갔다고
푸드득거리는 날갯짓소리 들었다고



세면대에 수돗물을 틀어놓거나
샤워기 속에서 쏟아져 내리는
이 제멋대로 자유자재한 모습의 존재가
다른 별에는 없는데
유독 지구표면에만 젤리처럼 악착같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분말처럼 부서지지 않고
혼자인 듯 여럿이
부드러운 힘으로 사람을 키우고
들꽃을 빚고



매초, 삶과 죽음의 궤적을 그리며
몸 안 심산유곡 휘돌아 치는 물소리,
하지만 물의 힘을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산목숨 물주머니 아닌 것 하나도 없어 무릇
인연 스칠 때마다 서늘한 숨꽃 툭, 틔워준다 한다  
단 한번도 그 변화무쌍한 천의 얼굴,
바로 본적 없으나 그 품이 넉넉하다 한다




-계간[문학과 창작] 가을호-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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