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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생일 꽃다발을 사양합니다/신지혜---------계간『문학과창작』2012년 겨울호.2019-07-16 21:13:20
작성자
2012·10·13 03:33 | HIT : 2,937
생일 꽃다발을 사양합니다


                                               신 지 혜





내 생일이라고, 꽃다발 선물하겠다고 그가 말했다. “생일 꽃다발을 사양합니다!” 나는 정색하며 손사래쳤다. 나로 인해 꽃 꺾지 말라고, 햇빛 한 모금 삼키려고 안간힘 발돋음하며 치열하게 산 것이 꽃의 생활이니 역시 힘들었을 거라고, 내가 꽃 보러 여기 왔듯이 나를 보러 한 철 찾아온 꽃들에게 이 무슨 경거망동이냐고, 꽃과 내가 다같이 이 지구에 와 어둠 속, 삶의 눈물겨운 불 한등 켜고 살았다고, 나도 꽃의 탄신일에 나를 꺾어 바치지 못했노라고, 누가 누구를 위해 꺾이고 잘린다는 것 꽃이 한 번도 돼본 적 없는 이는 모른다고, 꽃의 어미나 내 어미나 같아서 우린 결국 한 배에서 나왔다고.



-계간『문학과창작』201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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